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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그림
지난 1월3일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저지른 전쟁범죄는 21세기가 맞닥뜨린 특이점을 보여준다. 앞으로 힘의 질서에 따른 세계 재편이 가속화하리라는 것, ‘세계 경찰’을 자처해온 미국의 위선이 더욱 흉측하게 드러나리라는 것. 그런데 과연 이것이 특이점일까. “세계도 미국도 원래는 그렇지 않았는데 미친놈 하나 때문에 이상하게 변해간다”라고 트럼프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 되는 것일까.
트럼프가 베네수엘라에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한창 황금성게임다운로드 협박하던 지난해 11월,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알렙, 2025)이 출간됐다. 이 책은 오래전에 〈수탈된 대지〉(범우사, 1988)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바 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은 영어 중역이 아닌 스페인어 원전을 직접 옮기면서 본래의 제목도 되찾았다.
역사학자들 온라인야마토게임 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당도하기 이전에 아메리카 대륙 전체의 선주민 수를 7000만명 정도였거나, 그보다 더 많았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그런데 1세기 반 뒤에는 모두 합해 겨우 350만명으로 감소했다. 백인 정복자들의 학살과 그들이 퍼트린 전염병의 결과였다. 이후 영국에서 건너온 앵글로색슨족이 점거한 북미(미국)와 라틴족(스페인·포르투갈)이 점거한 남미에는 온라인릴게임 노예제가 부활했다. 선주민을 노예로 만드는 데 실패한 미국은 흑인을 수입했고, 남미에 정주한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주민은 선주민을 소작농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은 13개 주로 시작한 영토를 7년 만에 두 배로 확장했다. 현재의 미국 영토에는 루이지애나주나 알래스카주처럼 프랑 바다이야기게임방법 스와 러시아에 돈을 주고 헐값에 사들인 땅도 있지만, 전쟁과 합병으로 무력 점령한 땅과 섬도 많다. 그 가운데 오늘의 미국 제국주의를 비춰주는 가장 좋은 사례는 미국이 멕시코와 2년 가까이 전쟁을 벌인 끝에 체결한 과달루페 이달고 조약(1848)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이 조약으로 텍사스를 비롯해 지금의 캘리포니아 일부, 네바다·유타·콜로라도·뉴멕시코 사이다릴게임 를 차지했고, 멕시코는 절반에 가까운 영토를 상실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조차도 중앙아메리카(멕시코·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니카라과·코스타리카·파나마)를 병합할 생각을 했을 정도로 미국의 영토 욕심은 크다. 미국의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은 그것을 ‘명백한 운명’으로 받들어 모신다. 반면, 중앙아메리카와 그 주변은 여러 나라들이 수류탄 조각처럼 산산조각 나 있다. 갈레아노는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라는 공통 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남미가 통합 공동체를 만들지 못한 이유를 유럽과 미국의 분열정책에서 찾는다. 대표적인 남미 통합 혁명가였던 시몬 볼리바르의 무산된 꿈을 21세기에 되살리려고 한 사람이 우고 차베스다.
미국이 세계의 강국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이지만, 중남미에서는 일찍부터 불량배 노릇을 했다.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1904년에 루스벨트 계론(Roosevelt Corollary)을 발표했다. 중남미가 미국 기업에 자원과 농산물을 제공하는 원천이자 시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미군이 개입하리라는 것을 뜻했다. 미국 해병대는 1903년에서 1925년 사이에 온두라스를 일곱 차례나 침공했다. 온두라스의 진보정당들을 억제하고 꼭두각시 지도자를 세워 미국 바나나 업체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서였다. 또 미국 해병대는 1906년부터 1934년까지 쿠바 점령을 시도했는데 이번에는 미국 설탕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1903년에는 운하를 짓는 파나마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콜롬비아를 침공했고, 1912년에서 1933년 사이에는 니카라과가 운하를 건설하지 못하게 하려고 군대를 보냈다. 미국은 중남미의 모든 나라에 자국 이익에 맞는 정권을 세웠고, 거기에 반하는 정권은 무너뜨리고 대리 정권을 세웠다.
“베네수엘라처럼 된다”라는 엄포
조셉 추나라·앤디 브라운·김준효가 한 편씩 글을 쓴 〈베네수엘라 위기〉(책갈피, 2019)는 2013년 암으로 사망한 차베스를 이어 니콜라스 마두로가 새 대통령이 되고, 트럼프 정권 1기가 들어선 때에 출간됐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한?원인이 된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혁명을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은 7년 전에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을 예견했고, 노벨평화상 메달을 트럼프에게 양도한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본색이 “극우 폭동 교사자”라는 것을 알려준다.
마차도가 연출한 희극은 멍청해 보이지만 영악하다. 남미의 여느 나라처럼 인종주의 국가인 베네수엘라는 23%의 백인이 권력과 부의 상층을 차지하고, 하층에는 스페인계와 원주민의 혼혈인 메스티소가 있다(이들을 ‘소수자’ 취급하면서 차베스를 ‘정체성 정치의 선구자’라고 부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차베스의 지지자와 반대자는 인종과 계급이 일치하는 메스티소와 백인으로 정확히 나뉘는데, 한번 해방을 경험한?민중(메스티소)은 백인 엘리트의 지배에 순순히 따르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을 노리는 마차도는 발포 명령을 내려야 할 때를 대비해 자기 발목을 잡을 것이 뻔한 노벨평화상 메달을 트럼프에게 헌납함으로써 그 굴레를 털어냈다.
차베스는 ‘신자유주의=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남미 공동체를 구상했다. 민주당 정권이든 공화당 정권이든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에 자본주의의 대안이 생겨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한국의 보수 정권 역시 복지나 노동자의 권리가 확대될 때마다 “베네수엘라처럼 된다”는 엄포를 놓는다. 한국은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딱 1년 전인 1997년 12월,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주제에도 망할 뻔했으면서 말이다. 세계 7위의 석유 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가 지구상의 최빈국이 된 것은 포퓰리즘(대중 영합 정치)도, 사회주의 정책도, 마두로 정권의 부패 때문도 아니다. 그런 논리를 펴는 사람들은 갈레아노의 말처럼 “의도적인 기억상실에 걸린 상태에서 은행가, 해병대원, 기술관료, 그린베레(공수부대), 대사, 미국 기업의 경영자가 남반구 민중 대부분의 삶과 운명을 장악해왔다는 사실을, 그리고 현재 라틴아메리카의 산업도 미 제국의 소화기관 깊숙한 곳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납치한 미국 정부는 “국제적 마약범죄자에 대한 사법 집행”이라고 우긴다. 하지만 트럼프가 병합하겠다고 지목한 그린란드에는 마약 재배지나 조직적인 마약범죄도, 마두로가 저질렀다는 반인도적 범죄나 부정선거도 없다. 거기에는 미국기를 꽂고 싶은 큰 땅과 석유가 있을 뿐이다.
장정일 (소설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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